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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도박액수 세계 1위 호주 그러나 '바다이야기'는 꿈도 못꿀 일 ┏━주간_소식란━┓



[오마이뉴스 윤여문 기자] 호주 백인의 역사는 도박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 한다.
모국인 영국으로부터 살아서는 돌아갈 수 없는 유배지(never, never land)로 내동댕이쳐진
죄수들이 쇠고랑에 묶인 중노동 끝에 할 수 있는 오락은 오직 도박뿐이었다. 나무를
기어오르는 개미들에게까지 동전을 걸고 내기를 했던 것.
어디 그뿐인가. 호주를 한동안 세계 1위의 부자나라로 만들어준 금광채굴 붐(gold rush)은
그것 자체로 도박의 속성이 강했다. 천신만고 끝에 한 몫 잡은 노다지꾼들이 광산촌의
선술집에서 할 수 있는 오락 또한 도박뿐이었다.
이런 측면에서 호주의 도박은 호주 역사의 일부이면서 엄정한 현실이다. 1인당 도박액수
세계 1위. 호주 정부는 도박에 어떻게 대처했을까. 호주 정부는 현실에서 도피하거나
방치하기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도박관련 사업을 합법화하고 지방정부에 일임한 것.
호주는 각 주마다 '게임(도박) 및 경마 부서(Department of gaming and racing)'를 만들어
장관을 임명한다. 물론 카지노나 슬롯머신(호주에선 '포커머신'이라고 부름) 설치를 허용하지
않는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 주는 그런 부서가 없다.
국민이 해마다 도박으로 잃는 돈이 국가 예산의 40%에 육박한다는 '도박공화국' 호주.
한국이 사행성 성인오락기 '바다이야기'로 시끄러운 가운데 도박으로 하루를 열고
도박으로 밤새는 나라 호주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기계 도박, 승률 0%에 도전하는 사람들
포커머신은 호주에서 가장 대중적인 도박이다. 그러나 만약 포커머신에서 돈을 딸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포커머신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포커머신은
이용자가 돈을 따도록 만들어진 게 아니라 일정비율에 따라 돈을 잃도록 만들어졌다.
포커머신이 갖고 있는 불변의 특성은 '게임 횟수가 늘수록 이미 잃은 돈을 되찾을 확률은
낮아진다'는 것이다.
동전을 100번 던지면 앞면이 나올 확률이 50%다. 하지만 앞면이 50번 나온다는 보장은 없다.
하물며 포커머신처럼 1억4000만 가지의 다른 가능치가 있을 경우 불확실성은 더욱 커진다.
결론적으로 포커머신 설치를 허가받은 업소가 이익(하우스 마진)을 올리도록 만들어졌다.
- 도박중독자를 위한 프로그램 교재 '호주 오락기 플레이어 핸드북(AGMMA)'
"그게 사실이라면 누가 포커머신에 돈을 넣겠느냐?"고 묻겠지만, 1991년 '카지노관리법
1991(Casino control act 1991)'이 통과된 이래 호주의 포커머신 사업은 매년 10%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도박부 장관이 관리하는 도박시스템
사실 호주에선 경마뿐 아니라 로또 복권, 카지노, 개 경주, 요트 경기, 각종 스포츠 등
도박이 될 만한 것이면 놓치지 않고 내기를 건다. 독일월드컵에서 호주가 16강에 오르자
또 하나의 도박 아이템이 생겼다며 환호성을 올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스포츠와 도박이
함께 굴러가는 나라가 호주다.
복권은 호주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도박이고, 그 다음으로 포커머신, 경마, 카지노 순이다.
그러나 호주에서 도박으로 소비된 전체 금액의 절반 정도가 포커머신에 의해서였다.
중독성이 가장 강한 도박도 포커머신이다. 호주에는 약 18만개의 포커머신이 있고
시드니가 주도인 NSW주에 그 절반이 넘는 9만5000개가 있다. 이는 전 세계 포커머신
대수의 10%에 해당한다.
이런 상황에서 호주 게임(도박) 장관들에게 부여된 가장 중요한 임무는 도박의 공정성을
보장하고 도박으로 발생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다.
그랜트 맥브라이드 뉴사우스웨일스 주 '게임(도박) 및 경마부' 장관은 주에 설치된 10만개
가까운 포커머신을 전부 온라인으로 연결시켜 중앙 모니터 시스템으로 관리한다. 맥브라이드
장관은 뉴사우스웨일스 주의 도박장 설치 인허가와 관리/감독은 물론이고, 도박장이
범죄조직과 연계되지 않도록 경찰과 협력한다.
한국이 연일 '바다이야기' 승률조작 문제로 시끄러운 반면, 호주에서는 사행성 성인오락기의
승률 조작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 일이 발생하면 '카지노관리법 1991'에 의해
징역형에 처한다. 도박산업에서 벌어들인 수익의 3분의 1은 세금과 공과금으로 정부에
지불하도록 규정돼 있다. 또 도박장 소유주나 기계를 관리하는 사람은 게임 자체를 할
수 없다. 2001년, 파라마타 지역 관리책임자가 여동생 등 친척들에게 정보를 주어 돈을
땄다가 감옥에 간 사례도 있다.
그렇다면 호주 정부는 국민들의 도박행위가 별 문제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도박으로 잃은 돈, 복지로 돌아온다?
호주인은 도박판에서 잃은 돈에 대해 별반 개의치 않는다. 호주의 모든 도박 산업을 주
정부가 관리하고, 그곳에서 나오는 수익금을 주 정부의 예산으로 활용하거나
공공복지기금으로 지출하므로 도박에서 잃은 돈이 결국은 자신에게 되돌아온다고 생각해서다.
그 대표적인 예가 호주의 상징처럼 돼 있는 오페라하우스인데, 당시 엄청난 액수의 건설비를
모두 복권 수입으로 충당했다. 물론 문화계 인사들이 반대했지만 도박이 일종의 문화로
대접받는 호주에서 통할 리가 없었다.
그러나 호주에서는 도박 자체는 불법이 아닐지라도 도박으로 물의를 일으켜 처벌받은 사람이
부지기수다. 1999년 호주생산성위원회가 조사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호주인의 40%가
정기적으로 도박을 하고, 80% 이상의 국민이 연 110억호주달러를 잃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금액은 10년 전에 비해 무려 두 배가 넘는 액수라고 한다.
그뿐 아니다.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호주 전체인구의 2.3% 약 33만명이 도박 때문에 생활고에
시달리고 가정이 깨지는 불행을 맞이했다고 한다. 이는 미국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도박 중독자들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온 국민 도박에 올인, 결과는
특히 도박 중독자들의 대부분이 중산층 이하의 노동자, 농민, 소규모 자영업자 같은
서민계층이어서 '도박으로 거둬들인 세금으로 공공사업에 투자하면 문제가 없다'는
주정부 당국자의 주장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또 청년층의 도박도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오죽하면 정부가 나서서 고등학교 수학시간에
도박에서 이기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확률을 통해 가르치겠다는 아이디어를 냈을까.
지난해 10월, 케이 패터슨 사회서비스 연방장관은 "도박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사람의
4분의 1 이상이 25세 이하 청소년으로 밝혀졌다"면서 "그들이 도박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구체적인 통계를 이용해 도박의 허구를 가르치는 게 아주 효과적일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주정부 당국은 카지노와 클럽의 포커머신에서 나오는 수익금의 일부를 종교단체나
사회단체에 의무적으로 기부하게 만들어 도박중독자 치유정책에 사용하게 한다.
이는 적지 않은 효과를 보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주 정부들은 한편으로는 도박산업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도박산업에서 거둬들이는 어마어마한 세수(稅收)를 포기할 수 없는 것.
<데일리 텔레그래프> 2003년 9월 6일자에 따르면 뉴사우스웨일스 주에서만 2002년
한 해에 1억4000만호주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밝혀졌다. 도박산업에서 과연 진정한
승자가 누구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윤여문 기자
덧붙이는 글 기자소개 : 윤여문 기자는 17년 전에 호주로 이민하여 시드니에 거주중인 시인이다.
신문, 잡지, TV다큐 등에 글을 쓰고 있으며 현재 <신동아>에 ‘윤필립 시인의 시드니
통신’을 연재중이다.
- ⓒ 2006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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